다양한 디바이스가 만들어지면서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도 용암 끓듯이 끓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공중파에서도 "책"의 모양새와 "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다큐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기도 하는군요. 하지만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은 "책"과 "콘텐츠 디바이스"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책"이라는 것은 문자가 중심이 되는, 정보를 주는, 선형적인 정보 연결이 가능한 매체를 말합니다. 이런 기준을 따라가는 디바이스라면 "책"을 구현해 놨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하나의 콘텐츠 덩어리를 제시한 후 그 안에서 여러 하이퍼링크를 통해 비선형적인 지식을 주는 디바이스라면, "책"이라는 개념 보다는 '멀티 콘텐츠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책"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자책의 범위 안에서 멀티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람들의 개념이 멀티 디바이스와 전자책의 개념, 그리고 그 안에서의 소셜의 개념이 헷갈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을 생각해 보셔요. 아이패드가 나올 때 우리를 놀라게 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앱을 살펴볼까요? 움직이는 삽화들에 눈을 빼앗겼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면 텍스트는 변하지 않습니다. 즉, 움직이는 삽화는 텍스트의 가독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글 내용 전체를 흥미롭게 만들게 구성되었지요. 그리고 텍스트는 스토리의 흐름을 이어가면서 선형적인 지식을 주지요. 이것이 "전자책 2.0"시대의 멀티미디어 전자책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자책 아이디어를 살펴보다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합종연횡되면서 "책"이라는 원래 개념이 자꾸 흩뜨러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살아남는 기업의 속성에서 '출판사'도 벗어날 수 없으니 그런 것 같아요. 특히 다양한 실험을 하는 출판사는 자금력이 되는 대기업 출판사라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이 확실하게 드네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자책"은 우리가 수천년 동안 갖고 온 "책의 형식"을 이어가되 담는 형식이 달라진 것을 일컫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건 링크를 연결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링크는 각주와 미주 같은 형식으로 사용되는 것이지요. 즉, 중심되는 텍스트 흐름에서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해요.

이렇게 "책"의 개념이 혼용되는 이유는, "책"과 "독서"를 헷갈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독서는 매체 독서까지 포함한 개념이지만, "책"은 "독서"가 가능한 매체 중의 하나라는 점입니다. 여러 매체를 혼합한 책 형식은 앱 잡지의 스타일에서 현재 실험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콘텐츠 자체의 선형성은 깨뜨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담는 스타일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독자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독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지요. 

만약 이 형태를 파괴한다면, 그건 또 다른 "에듀테인먼트 디바이스"나 "콘텐츠 디바이스"가 아닐까요? 전자책을 고민하는 분들이 꼭 생각해야 할 원칙인 것 같습니다. ^^

추가. 
글을 올리고 콘텐츠 서칭을 하니, TED에서 새로운 전자책 디바이스를 소개한 영상을 찾았네요. 이 디바이스가 멀티콘텐츠 디바이스가 아니라 "전자책"인 이유는 위에서 제가 든 요건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체 책 내용을 아래에 두어 오프라인 독서의 가장 기본이지만 기존 온라인 독서에서는 힘들었던 "훑어보기" 기능을 제공하며, 원하는 페이지는 확대해서 읽어볼 수 있게 했고요. 위치 추적 서비스나 사진을 픽업해서 보게 하기는 하지만, 결코 텍스트의 흐름을 깨뜨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