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니시리즈 중 단연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는 <뿌리 깊은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한석규의 세종 역할은 지폐 속의 세종이 실제로 살아나온 듯 하고, 진짜 세종이라면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지요.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와 왕으로서의 포스를 지닌 최고 전략가이자, 새로운 국가를 반석에 세우기 위한 군주로서의 모습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첫 회부터 챙겨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새 채널을 한 번 틀어놓으면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못할 정도가 되었는데요. 어제(20화)의 내용은 광평대군이 결국 밀본에게 살해를 당하고, 이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글을 배포하려는 세종과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런데,드라마를 보다보니 세종의 한글 배포 노력이 마치 소셜마케팅의 정석을 보는듯 했어요.

민음(民音), 훈정(訓正) 백성의 소리를 새김이 마땅하다 = 소비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라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글자라는 뜻이지요. 한글의 이름을 "훈민정음"으로 만든 에피소드가 이번 드라마에서 나옵니다. 세종은 강채윤("백성"으로 대표되는 인물이지요)의 대화 후에 자신이 왜 글자를 만들었는가를 다시 한 번 새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한 자 한 자 써 가는데, 원래 의미는 임금이 백성의 소리를 새김이 마땅하다는 민음(民音)과 훈정(訓正)이라는 의미가 나오지요. 
이것이 어쩌면 모든 마케터와 판매자가 가져야할 마케팅의 기본 자세 아닐까요? <고객의 소리에 귀기울여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실제로 고객이 어떤 말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고 하지,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고객이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데는 게으르지요. 세종대왕이 쓴 민음(民音), 훈정(訓正) 은 마케터의 책상 앞에 반드시 붙여놔야 할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병과도 같은 글자 =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라


"너의 글자는 역병과도 같은 무서운 글자" 라고 이야기한 정기준의 말을 곱씹은 세종은 "역병"이라는 단어에 집중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퍼지면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의미를 깨달은 것이지요.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세종의 전략이 여기서도 보이는데요, 그는 한글을 말 그대로 "역병"처럼 번지게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역병"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는 좋지 않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지는 소문이야 말로 최고의 마케팅 효과 아닐까요? 그것 때문에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기도 하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기도 하고요. 세종은 자신이 굳이 퍼뜨리려고 하지 않아도 백성들 사이에서 스스로 퍼져나가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배포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옛 노래가 구전되듯이, "구전"의 힘을 빌어 한글을 퍼뜨리려는 것이었습니다. 
SNS의 기원은 옛날의 장돌뱅이나 각설이라고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곳의 이야기를 저 곳으로 나르고, 저곳의 이야기를 다시 또 다른 곳으로 나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이들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장돌뱅이와 각설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었답니다. 소식이 늦을 것이라고요? 아니랍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은데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처럼 요즘 만큼의 빠르기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와 소문이 퍼져나갔지요. 
역병처럼 글자를 퍼뜨리기 위해 세종이 고안한 방법은 한글을 알고 있는 궁녀들을 백성들 사이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궁녀들의 목적은 한글 글자의 창제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는 동요를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또한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 소문을 퍼뜨려줄 지지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입소문 마케팅을 잘 활용한 세종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정기준은 세종이 인쇄물을 한꺼번에 만들어 퍼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방법을 차단하기에 골몰했지요. 여기서 인쇄물은 기존의 종이 광고나 매체 광고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대중에게 한꺼번에 뿌려지는 광고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런 광고는 일시적으로 대대적으로 퍼뜨려야 하며 그러기에는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지요. 하지만 세종은 고작 4명의 궁녀에게 노래를 퍼뜨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상하건데 그 동요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에게 불리워 졌을 거예요. 이것이야 말로 시간도, 비용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 사례 아닐까요? 

각설이와 아이들의 동요로 퍼진 글자 = 먼저 베풀고 좋은 혜택을 주어라


맛있는 밥을 먹이고 엿을 고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동요를 퍼뜨리자,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한글 노래를 부르며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드라마에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궁녀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같은 일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4명의 궁녀가 조선팔도에 한글 동요를 퍼뜨리게 만든 임무를 띈 것이지요. 불가능 했느냐고요? 아니요. 가능했답니다. 
 그 이유는 궁녀들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먼저 요구하고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과 각설이가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먼저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소셜마케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신의 물건만 사달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합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가질 만한 가치있는 정보를 준다면 사람들은 좋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나누고 싶어하며 적극적으로 나눔에 동참합니다. "가치있는 정보"란 객관적으로 모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말해요. 다른 말로는 그 정보가 내게도 무척 가치있는, 좋은 정보라는 의미이지요. 많이 나눌수록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오는 공간이 소셜공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셔요. 

네 궁녀의 대화 " 뭐가 고맙대?" = 고객이 자발적으로 홍보하게 만들어라


밀명을 띤 궁녀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기 전에 모두 모여 대화를 하지요. 그때 소희가 고생길을 같이 나온 - 어쩌면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궁녀들은 그런 소희에게 오히려 타박을 주지요. 

"뭐가 고맙대?"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세상을 볼 거라고."
"나도 그러는건데?"
"가만 보면 이놈 소희 가시내, 가끔 지가 대장인줄 아는갑다." (사투리를 그대로 인용했어요)
"그러게 말이야."


궁녀들은 처음에는 임금인 세종이 시키는 일이기에 따라서 했지만, 이 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큰 일이라는 것을 안 후에는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요.  
고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좋은 혜택을 받은 고객은 그 혜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오히려 더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을 홍보하게 됩니다. 이런 적극적인 고객들이 많을수록 입소문은 더 빨리 나는 것이지요. 또하나는 자발성을 가진 고객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고객들에게는 최고의 경험과 감동할만한 꺼리를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앞서서 지도하고 가르치려는 것은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은 무력이 아닌, 문(文)으로 사람들과 싸우겠다고 선언했지요. 그 뜻은 힘이 아닌, 말과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의미이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단순히 논리적이고 딱딱한 말과 글에 마음을 움직이지는 않는답니다. 논리에 눌리고, 주장에 억눌릴 뿐 마음까지 감동하지는 않지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만큼의 "이야기"가 필요하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뒷담화"를 재미있어 하고, 탄생 비화에 귀기울이며, 그 사람의 일대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그 사람에게 감동하기 위한 "이야기"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이구나'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그 사람의 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제품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소셜 스토리텔링" 과정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제품이건, 생각이건, 브랜드이건, 능력이건 알려나가는 사람이 바로 "소셜 마케터"가 아닐까 싶네요. 

<뿌리 깊은 나무> 미니시리즈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앞으로 세종의 한글(훈민정음) 소셜 마케팅이 성공하며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결말을 기대해 봅니다. 아니,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세종대왕의 멋진 소셜 마케팅이 성공한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 여기에 사용된 사진은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장면입니다. 인용을 위한 사용이며, 상업적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SBS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