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땅고를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 "잘 서고, 잘 안고, 잘 걸어야 한다"는 말이랍니다. 우리는 늘상 걷는데, 걷기를 잘하라는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다른 춤과 달리 땅고는 가슴으로 리드하는 춤인데요. 그러다보니 서로 너무 기대도, 서로 너무 떨어져도 춤이 잘 춰지지 않아요. 그 선을 잘 유지하고 만들기 위해서는 땅게로스(땅고를 추는 사람들) 각자가 잘 서고, 잘 안고, 잘 걸어야 하는 거지요. 요즘 아르헨티나에서 온 쌉에게 수업을 듣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제대로 걸으려면 한 10년은 밀롱가(땅고 춤을 추는 곳)에서 춤을 춰야 한다고 말한대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땅게로분들의 말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보면 '땅고는 걷는 춤'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에 기대어 있지만, 상대방이 떨어져도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잘 서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리드를 잘 받기 위해서는 가슴을 뒤로 젖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앞으로 기울여 잘 안아야 하고요. 둘이 함께 걸으니 삐그덕 거리면 균형이 흔들려버리므로, 중심을 잡고 잘 걷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냥 편하게 추면 되는 춤, 편하게 추면서 우아하게 걷는 춤이라고 하지만, 분석에 들어가면 끝이 없는 게 땅고더라고요. 물론 땅고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춤들도 그렇겠지만요. 

그런데, 땅고를 배우면서 문득 땅고의 기본이 우리 삶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는 스스로 잘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대로 걸어보라고 하면 손과 발이 함께 나가거나 몸이 기우뚱 기울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잖아요. 팔자 걸음을 걷기도 하고, 발바닥을 바깥에 힘을 주며 안짱걸음을 걷기도 하고, 걷는 습관은 사람마다 다 다르죠. 자신도 모르게 나쁜 습관으로 박힌 걸음을 다시 제대로 걷을 수 있도록 연습하고 준비하는 것.

왠지 우리네 인생이 처음에는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으로 시작되었다가, 삶을 살아오며 조금씩 세상과 타협하고 조금은 속물처럼 변해버린 자신을 깨닫고, 인생의 정점을 넘어가며 자신의 초심을 다시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닮았어요. 그래서 땅고는 어른의 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음악도 가슴 절절하게 울리는 것들이 많고요. 

땅에 두 발을 딛고, 허리를 펴고 잘 서있는 것. 그 걸음을 배우기 시작하자, 전 땅고에 빠져버렸답니다. 사람의 기본을 배우니 다시 세상이 겸허해지고, 모든 주변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요. 잘 서고, 잘 안고, 잘 걷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이 원칙만 잘 지킬 수 있다면 인생의 말미 언젠가 조금은 더 '잘 살아왔다'고 대답할 수 있겠죠?